11월 논산여행 양촌곶감을 아시나요?
천년고찰 쌍계사 그리고 곶감고을 양촌
가을이 무르익은 양촌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보면 탐스런 가을풍경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다. 샛노란 감이 “주렁주렁”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감나무가 길가를 수놓고 있는 것. 시선을 멀리두면 마을에도, 밭둑에도, 산자락에도 '듬성듬성' 감 익어가는 양촌의 농촌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이 풍경처럼 양촌은 곶감으로 유명한 어느 고장같이 감나무 가로수 길은 없다. 길을 가다보면 듬성듬성 길가에 서있는 감나무가 반길 뿐. 양촌이 ‘감고을’이라지만 대규모로 감나무 밭을 일구어 농사짓는 고장이 아니라는 증거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양촌에 감나무가 유래된 것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이야기가 유래된 시절이 아니었을까. 마을마다 논두렁밭두렁, 산자락까지. 그 풍경 속에서 감나무 몇 그루는 빼놓을 수 없다. 양촌의 산과들에 듬성듬성 서 있는 감나무처럼 양촌의 마을 어디를 가나 빼놓을 수 없는 게 곶감을 말리는‘감덕’이다. 감덕도 듬성듬성 집집마다는 아니지만 한 마을에 적어도 한두 집은 있는 게 양촌의 시골풍경. 감덕에 걸린 샛노란 감이 곶감으로 무르익는 만추의 풍경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기실, 가을걷이도 끝난 시골 어느 마을로 곶감 익는 풍경만 찾아 떠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양촌의 천년고찰 쌍계사와 함께한다면 만추의 계절 늦가을 여행은 풍요롭다. 양촌의 고즈넉한 절집 쌍계사는 백년은 훌쩍 넘었음직한 연리근 사랑나무가 절 마당을 지키고 있어 절집 분위기가 더욱 고풍스럽다. 아름다운 꽃살문과 화려한 다포계양식으로 장엄된 보물 제408호 쌍계사 대웅전은 고찰의 만추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
쌍계사는 언제 세웠는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남아있는 유적으로 미루어 보면 고려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영조 15년(1739)에 세운 비가 남아있어 그 당시 절을 고쳐 지은 것으로 보인다. 절의 중심 법당이라 할 수 있는 대웅전은 건축 형식으로 보면 조선 후기 건물로 1972년 보수공사가 있었고 1973년에 단청을 다시 하였다(자료출처 문화재청).
대웅전 앞마당의 연리근. 서쪽 마당에 서있는 쌍계사의 괴목은 고즈넉한 쌍계사의 분위기를 정감있게 이끌어내는 뷰 포인트, 사철 언제든 나무 앞 평의자에 마냥 앉아있고 싶은 마음을 이끈다.
중산리 한 농가의 마당에 설치된 감덕. 500접 가량의 소규모 덕장이다. 양촌 대부분의 마을 어디를 가더라도 이처럼 소박한 감덕 풍경을 볼 수 있다.
양촌곶감은 논두렁이나 밭두렁, 인근 야산 등지에 드문드문 서있는 나무에서 수확하여 만든다. 들판에 홀로 서있는 주인 없어 보이는 감나무도 사실 주인이 따로 있다. 감나무가 자라는 토지의 소유주이거나 논밭을 경작하는 주민이 그들.
작가가 본11월 여행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가 엉켜 하나가 되면 ‘연리목’. 뿌리가 엉켜 하나가 되면 ‘연리근’. 가지가 하나 되면 ‘연리지’. 다종다양하면서도 희소가치가 있는 연리목은 예로부터 효심과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일명 사랑나무로 불리고 있는 나무이다. 불명산자락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쌍계사에 가면 절 마당에 풍성한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연리목을 볼 수 있다. 백년은 훌쩍 넘었음직한 이 나무는 연리목 중 연리근에 해당한다.
쌍계사에서는 예로부터 연리목이 나오면 희귀하고 경사스러운 일이라 하여 길목(吉木)으로 여겨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전하고 있다. 쌍계사의 일주문 격인 봉황루에 올라 소원을 비는 내용을 적어 소지를 걸고 연리목에 다가가 마음속 소원을 빌어보자. 그렇게 세상 사느라 힘들었던 마음을 연리목에 내려놓고 절집을 거닌다면 고즈넉한 절집의 평화를 마음속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쌍계사 일주문 격인 봉황루. 대형 법고가 걸려있는 이 누각은 탐방객이 소지를 걸 수 있도록 종이와 필기구가 갖추어져 있다.
즉석에서 소원을 비는 내용을 소지에 적고 새끼줄에 묶어놓는다. 소지가 걸린 풍경 뒤 담벼락 위로 무수히 많은 소원탑이 세워져 있다.
뿌리가 엉키어 한몸이 된 연리근.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봉황루에 올라 소지를 걸었다면 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마음의 평안을 찾는 한 방법이 아닐까.
연리근 괴목과 봉황루가 있는 풍경. 오른쪽 건물은 요사채이다.
대웅전 옆에서 바라본 쌍계사 마당풍경. 풍성한가지를 연리근 괴목이 마당에 드리우고 서있다.
쌍계사주차장에서 경내로 발걸음을 옮기면 고요한 저수지가 탐방객을 반긴다. 저수지 언저리 길을 따라 난 길 언저리에서는 쌍계사에서 입적한 고승들의 사리가 안치된 9기의 부도가 탐방객을 맞이한다. 여러 고승의 발자취가 어려 있는 쌍계사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로 화려하게 장엄된 대웅전이 유명하다.
보물 제408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쌍계사 대웅전은 조선후기 건축사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귀중한 불교문화유산으로 예술가치가 높은 문살조각이 눈길을 끈다. 꽃 새김을 한 대웅전의 문살은 빛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빼곡이 창호를 채우고 있으나 신기하게도 안에서 보면 꽃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빛이 잘 든다. 앞으로는 꽃을 조각하고 뒤로는 세모꼴로 깍아서 새어드는 빛의 막힘이 없게 한 것. 예술성과 기능성을 살린 우리조상의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쌍계사대웅전은 또 건축물에 자연을 담은 덤벙주초의 멋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앞면 5칸, 옆면 3칸 규모의 다포계 팔작집 형식으로 지어진 대웅전의 기둥은 건축당시 자연석을 주춧돌로 삼고 그 위에 올린 기둥 또한 자연미가 살아있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특히 이 건축물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 중 유일한 칡덩굴기둥은 그 희소성으로도 호기심이 가지만 전해지는 속설로 유명하다. 이 기둥을 한번을 안고 돌면 하루를 앓다 가고, 두 번을 안으면 이틀을 세 번을 안으면 삼일을 앓다가 간다는 이야기는 세 번을 앓다가야 서운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대웅전 동남쪽에서 바라본 쌍계사 전경. 오른쪽에 종무소가 위치해 있다. 종무소 앞 작은 휴게실은 탐방객을 위한 공간. 찻물과 차가 준비되어 있다.
대웅전 서쪽 약수터에서 바라본 대웅전. 규모는 앞면 5칸·옆면 3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정면의 문은 앞면 5칸을 모두 같은 간격으로 2짝씩 달아 문살에 화려한 꽃새김을 하고 있다. 꽃무늬는 연꽃, 모란을 비롯해 6가지 무늬로 새겨 색을 칠하였는데 섬세하고 정교한 조각 솜씨를 엿보게 한다.
문틈으로 빛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꽃문양이 넓고 크지만 정작 내부에서 문을 바라보면 꽃문양의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 역삼각형 모양으로 꽃문양의 뒤를 파내서 채광을 돕고 있다.
매우 정교하면서도 예술성 짙은 대웅전 어칸의 꽃문살. 볼수록 아름답고 정감이 간다.
대웅전의 기둥은 동일한 목재가 아니고 굵고 희귀한 여러 종의 나무로 세웠다고 한다. 기둥 아래 초석으로 덤벙주초를 써서 자연미가 더욱 돋보인다.
대웅전의 옆문. 띠살문 위로 장식된 꽃문양이 아름답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짜은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다. 이 양식은 조선 후기 대표적 양식으로 불전 장엄을 극대화 하기 위해 쓴 기법이다.
논산의 특산품으로 양촌곶감이 유명하다. 쌍계사를 나와서 절과 이웃해 있는 마을 중산리로 가면 곶감이 무르익는 11월, 시골풍경 속으로 들어설 수 있다. 중산리는 본래 가야곡면 양촌리에 속하였는데 양촌면에 편입되었다. 이 마을도 양촌곶감으로 유명하다.
양촌곶감이 지역특산품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지만 오랜 옛날부터 곶감을 만들어 먹던 풍습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입소문으로 알려져 상품화에 이른 것이다. 대규모로 곶감을 생산할 만큼 그 양도 많지 않지만 곶감 팔아 살림밑천 삼을 욕심도 없었던 양촌사람들. 소박한 삶, 감나무가 있으니 가을에 수확하여 곶감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 우연히 양촌곶감을 맛본 외지인들에 의해 시나브로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양촌곶감의 대부분은 농가에서 직접 소비된다. 곶감을 만드는 농가마다 그들만의 단골이 있어서 전화주문에 의해 소비되는 것이 대다수. 일부는 양촌농협이나 양촌의 전통오일장에서 유통된다. 마침 11월은 덕장에 걸린 곶감이 무르익는 철이니 감덕 구경도 할 겸, 논산의 특산품 양촌곶감의 산지탐방을 해보자. 먹기 좋은 곶감은 아직, 예약 구매를 하고 샛노란 곶감이 주렁주렁 달린 덕장의 진풍경만 추억에 담고 돌아오면 그 추억은 훗날 탐스런 곶감이 되어 집으로 배달되는 재미도 느껴볼만 하다.(구매 및 문의 양촌농협041-741-2006)
이 마을은 곶감마을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에 소박한 규모의 감덕이 보인다.
제법 규모 있는 감덕장을 이 마을에서 볼 수 있다.
감덕 안에서 바라본 덕장풍경이다.
요즘처럼 양촌곶감이 알려지기 전 까지는 서울 상인들이 나무 째 사들여 땡감을 사갔다 한다. 주민들은 땡감을 따서 소금물에 울구어 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한다. 11월 중에는 곶감이 한창 마르는 기간, 현장에서 예약구매를 하면 나중에 집으로 배송해 준다.
양촌의 곶감은 다른 지방의 곶감과는 달리 마르면 검은 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당도가 다른 고장의 곶감에 비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