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논산여행 천연기념물 음식으로 만나다
연산 화악리 오계를 찾아서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1980년 지정·관리되고 있는 연산 화악리 오계(連山 花岳里 烏鷄). 뼈가 검다하여 오계라 불리는 이 닭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품종보존을 하지 않을 경우 사라질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오계와 선조들의 생활문화와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그것은 식생활. 음식을 약으로 쓸 줄 알았던 우리선조의 식문화와 관련이 있으며 조선의 역대 왕에게 진상되었던 최고의 보양식이었다.
조선시대 속종이 중병을 앓던 중 오계를 먹고 건강을 회복한 후부터 연산 오계는 연산지역의 특산품으로 해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연산군 시절에는 일반 백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승까지도 오골계를 먹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이를 어기면 벼슬을 빼앗겼다.’는 속설이 전해올 만큼 오계요리는 귀하디귀한 보양식으로 선조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 음식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귀한 보양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연산 화악리 오계는 풍토에 대한 배타성이 있어 계룡산 자락만 벗어나면 뼈와 피부색이 변하는 등 혈통을 보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오계에 관한 여러 연구결과다. 오계가 계룡산이 주산인 계룡시의 이웃마을을 떠나지 않고 오랜 세월 계룡산의 품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다. 귀하디귀한 보양식 오계의 맛을 보려면 계룡시 이웃마을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를 찾아가면 된다.
천연기념물 제265호 오계 소유자가 운영하는 오계 사육장과 오계요리 식당의 전경. 느티나무 고목이 옛날부터 이어 온 오계의 전통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 중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고려 말 학자 제정 이달충의 문집인 ‘제정집’에 오계에 관한 시 두 편이 있다. 이로 미루어 최소 7백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오계를 길러왔음을 알 수 있다.
눈은 눈자위와 눈동자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온통 까만 것이 암수 모두의 공통점. 깃털은 청자색이 감도는 흑색이며 중국과 일본 오골계와 달리 정강이와 발가락 사이에 잔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오계 수컷. 암컷에 비해 화려하게 몸을 치장하고 있는 수컷의 볏은 검붉은 색의 왕관 모양, 깃털은 청자색이 감도는 흑색이다. 체형은 작고 날렵하며 야생성이 강해 잘 날고 성질은 매우 사납다.
오계 암컷. 암탉은 취소성이 강해 알을 잘 품으나 산란능력이 떨어지고 알의 크기도 작다.
연산 화악리 오계 4대 혈통보존자 이계순(1903~1974)씨의 유지를 받들어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화악리오계의 혈통을 5대째 지켜온 이래진(1923~2002)씨로부터 혈통보존의 사명을 물려받은 딸 승숙씨(51). 승숙씨가 물려받은 것은 오계의 혈통보존 뿐만 아니라 집안의 내림음식도 전수받아 그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철종, 고종 등 조선의 임금께 오계를 대대로 진상하여온 승숙씨 가문의 오계 한방요리가 그것. ‘오계탕’이다.
대대로 전해 온 집안의 내림음식 오계탕을 일반에게 선보인 때는 1980년, 승숙씨의 아버지가 한방요리 전문식당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먹음직스런 오계에 큼직한 더덕, 고추, 마늘이 곁들여진 오계탕에 관심이 가는 것은 오계탕의 국물, 황기와 감초 등 5가지 약재가 녹아든 국물에 임금도 살린 오계의 약용가치가 함께 녹아들었다.
“오계탕 한 뚝배기는 한 첩의 보약을 먹는 것과 같다.“는 승숙씨의 자부는 수백 년 지켜온 오계의 혈통과 맥을 같이 한다. 한의원을 운영하며 오계의 혈통을 지켰던 할아버지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오계를 닭고기 요리의 재료로 여기지 않고 약재로 보아 온 조상의 정신이 승숙씨의 오계탕에 대한 자부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을 요리로 만들어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혈통보존을 위해 개체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하기 때문, 종계 보존의 법칙이 그것이다.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체형을 가진 종계 1,000마리는 항상 보존해야만 하는 절대 개체 수다. 이렇게 개체 수 유지를 위해 퇴역종계와 종계로 선발되지 못한 비 선발 종계후보들은 ‘오계를 귀한 한방약재로 여겨온 가문의 전통’에 따라 보양식으로 되살린다(예약 및 문의 화악리 연산오계 전문점 계모의 행복한밥상, 041-735-0707).
화악리 연산오계의 혈통을 보존하고 있는 ‘지산농원’과 지산농원 부설 ‘연산오계 전문 계모의 행복한밥상’ 앞에는 느티나무 고목이 자라고 있다. 수령은 430년의 고령이다. 이 나무는 2000년 11월에 논산시가 보호수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고목에 이끌려 가다보면 지산농원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연산오계의 캐릭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캐릭터의 뒤 울타리 쳐진 곳이 연산오계 혈통 보존장이다.
연산오계 전문 계모의 행복한밥상 정문풍경. 논산시로 부터 향토음식, 모범음식점 등 음식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등급을 받고 있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전통 음식과 문화 보전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에 등재되는 영광 또한 누리고 있다.
오계의 원산지는 다른 닭들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중국을 통해 도입되어 토착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다.
연산오계의 혈통을 보존하는 지산농원 부설 ‘계모의 행복한밥상’에서 맛볼 수 있는 연산오계탕 상차림. 황기탕, 만삼탕, 면화자탕 등 연산오계가 들어가는 기본메뉴의 상차림이다.
연산오계에 곁들인 더덕, 대추, 고추, 마늘 등은 오계탕의 풍미와 약성을 돕는다. 오계탕에는 이렇게 보이는 것보다 황기를 포함하여 5가지의 약재를 우려낸 진한 국물에 관심을 둘 것. 궁합이 잘 맞는 약재와 연산오계의 약성이 녹아든 국물만 마시는 것으로 보약 한첩을 먹는 것과 같다.
뜨거운 국물이 식는 동안은 연산오계의 고기맛을 보는 시간. 육질이 단단하고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앞사라에 덜어낸 오계의 다리가 먹음직스럽다.
지방이 적고 결진 연산오계의 다리 살은 방사해서 키운 닭의 증거다. 웰빙음식이 따로 없다.